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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지원팀, 도대체 뭐하는 곳이야?? 그 첫번째.

기술지원팀으로 옮긴지 어느덧 6달이 지나가고 7번째 달을 맞이했다. "넌 하는일이 뭐야?" 라고 물으시는 분들께 "소프트웨어(IT) 회사의 기술지원팀원인데요..."라고 대답을 해드리는데, "그래서 뭐하는데?"라고 다시 물으시는분들이 꼭 있다. 그분들께는 이렇게 대답해드린다.
"싸이랑 페이스북이랑 웹게임하면서 자요."

하지만, 그래도 항상 친한 지인 몇분들께는 전화를 하며, 밥을 먹으며, 술 한잔 기울이며 투정아닌 일투정을 하기에, 이참에 이런 웹공간에도 투정한번 부려보고자, 머릿속에 있던 온갖 블로그 내용 구성을 다 지워버리고 이러한 공간을 만들었다.

기술지원팀은 소위 말하는 Technical Support, 말 그대로 기술지원이다. 굳이 정식명칭을 말해보자면 Technical Support Engineer, 즉 '엔지니어'라는 말인데.... '젠장.... 나 경영대 나와서 졸지에 공돌이된거야???'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직책이다. (정식으로는 Customer Support & Operation이라는 거대한 조직부서에 자리잡고 있다.)

기술지원팀에서 하는 일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정리해서 이렇게 적어놓으면, 나중에 본인의 이력서를 다시 쓸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에 한번 적어보고자 한다.


1. 글을 시작하기 전에, 간략하게 요약해보면:
1) 고객과 직접 통화를 하며 문제해결을 한다. (싫다)
2) 고객과 직접 통화를 하지 않으면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문제해결을 한다. (조금 덜 싫다)
3) 매출을 창출해야한다. (영업부는 왜있어?)
4) Infobase (온라인 정보기지-_-??)의 데이터를 업데이트, 갱신해야한다. (마케팅과 웹사이트 담당부서는 왜있는데??)
5) 정년퇴직을 4달 앞둔 할아버지의 인생푸념을 30분씩 들어줘야 한다. (왜 마누라한테 안하고 나한테 하는거야?)
6) 가끔씩 스크립트도 작성, 테스트 해줘야 한다. (당신네 회사에도 스크립트 나보다도 훨씬 잘 쓰는 개발자들 있잖아...)
7) 제품 결함 및 버그가 있으면 엔지니어링 (a.k.a. 개발자 공돌이들)한테 보고를 한다. (왜 완벽무결한 제품을 도대체 못만드는거야??)
8) 패치가 나오면, 테스트를 해야한다 (이부분은 참... QA는 도대체 왜 있는지..)
9) 북미에서 유일한 한국인이기에, 한국고객들을 위하여 제품 메뉴 번역...도 해야한다 (4개월째 미뤄오고있다.. 일본인 엔지니어는 미국에 있고, 제품 개발자들은 프랑스에 있으며 다른부분 개발자들은 홍콩에 있어서 다른 언어권들은 있는데 왜 한국인 개발자는 없는거야???)

로 요약하기엔 터무니없이 하는일이 많다....


2. 그럼 두번째로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지원하는 제품 소개:
회사에서 제공하는 많은 소프트웨어 제품 중 지원하게 된 제품은 파워디자이너 (Sybase PowerDesigner). 창출하는 이윤이 아주 크진 않기에 회사에서 약간은 마이너 취급받는 - 하지만 그래도 무시못할 매출을 창출하긴 하기에 관심을 약간, 아주 약간은 받는 - 제품이다

이름만 보면 제품이 무언가를 알아서 잘 디자인해주는거라는 생각이 팍팍 들게하지만, 막상 써보면 "워드와 그림장을 사용해서도 충분히 할 수 있잖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귀찮은 모델링 툴이다.

도대체 무엇을 모델링해준다는걸까. 사람을 대상으로 모델링을 하는거라면 여자알몸이라도 그려보며 힘든 내 마음을 달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참 재미없게도 이 제품은 데이터베이스 구성도 (datatabase structure model - physical data model, conceptual data model, logical data model, object-oriented model, requirements model, enterprise architecture model 등, 모델 종류도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다양해서 짜증이 가끔씩 난다)를 그릴때 쓰는 데이터 모델링 툴이다.


3. 그럼 세번째로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기술지원팀이 왜 필요해??
'설계도 그릴때 쓰는 제품이라며, 그림판 같은거 쓰는데도 기술지원이 필요해?'라고 물으신다면, 한가지 예를 들어보면 어떨지...

당신이 그림판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마이크로소프트 에러메세지가 뜬다. "예상하지 못한 오류로 인하여 프로그램을 강제종료합니다. 작업중이던 정보는 사라집니다." 라는 식의 비슷한 에러메세지다. 그러면 아마 당신은 안드로메다 제 87, 33성 (좌표 319,1427.5, 758)에서나 들을 수 있는 육두문자를 내뱉으며 한번 더 시도를 해보겠지... 그래도 안되면 1) 다른 그림툴을 찾거나 2)윈도우를 다시 설치하거나, 3) 에러코드로 마이크로소프트 웹사이트에서 검색을 할 수도 있겠다.

1)번과 2)번은 넘어가고, 3)번같은경우는 역시 마소웹사이트에서 그런 정보를 얻을 수 있을리가 없다. 용감한 분이라면 마소에 고객문의 및 지원 이라는 번호로 전화를 해볼텐데, 그러면 "Support Contract가 없으시다면 $100을 지불하셔야 하는데요..." 라는 답을 들을 수가 있을것이다.
 
'윈도우 사는데 돈 억수로 썼는데, 니네 제품 에러났는데도 돈을 더내라고????'라며 한층 업그레이드 된 육두문자를 내뱉으시는 분들도 있으실텐데,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IT회사가 먹고사는 방법이 라이센스 파는것보다, 라이센스 팔고나서 A/S가 필요할때 지원 받을 수 있는 지원계약비로 먹고사는거거든... 우리회사, 마소, IBM, HP, 오라클 등 다그런다고...

한마디로 회사차원에서는, 고객들의 불만사항을 해소시켜주며 동시에 아주 저렴한 값으로 고객들의 돈을 우려먹을 수 있는 (이해를 돕기위해서 이러한 표현을 썼으니 양해해주기 바랍니다..) 그러한 팀이 바로 고객지원팀이다.

두마디로 직원차원에서는, 아주 싼값에 개고생을 하는, 고급인력을 쉽게 부려먹는 그러한 직책이 바로 기술지원팀인데, 기술지원팀은 그것만의 매력이 있기에 사람들이 그래도 지원팀으로써 일하지 않을까 한다. 확실히 기술지원팀은 직접적으로 매출을 창출하지도 않고, 많진 않지만 무시하지 못할정도의 금전보상 및 연봉으로 회사의 지출을 늘이는 (하지만 투자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한 부서이지만, 그러한 팀이 있기에, 그리고 그러한 매력이 있기에 나는 기술지원팀으로써의 내 일이 참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