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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툰 잡담 ::

영어 이름


미국이라는 곳으로 이사와서 생활하게 된지 어연 12년이 되어갑니다.

제 인생의 절반 좀 안되는 기간이지만, 어린 나이에 와서 성장기와 사춘기를 미국에서 보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그리고 미국에서 학교를 나와 미국 기업에 취직했다고 생각하면 절반은 미국인이 아닌가 싶네요.

가만 생각해보니 전 영어 이름이 없었습니다.

캐나다에 잠시 있었을 때, 어학원 (어학원이라고 부를 수 있었던 곳이라면) 선생님 (선생님이라고 부를 수 있었던 사람이었다면)이 Glenn 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동생에게는 James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지요.

영어도 못하는 아이에게 James는 뭔가 귀에 익숙한 이름이었는데 (아마 제임스 본드의 영향이 아닐까요?) Glenn 이라는 이름은 생소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부끄럽기도 했지요.

그 이야기를 그날 오후 부모님과 하며, 정확히는 Glenn 이라는 이름이 좋은 뜻으로 풀이가 되는 방향이었습니다. 어떤 우주인 이름도 Glenn 이었던 것 같기도 하구요. 그냥 좋은 방향으로 해석을 한거죠.ㅋㅋ

하지만 그것이 미국으로 넘어오면서 등록하는 과정이 끝의 n이 나가 떨어진, Glen 이름으로 변했습니다.

바로 사전을 찾아보니 glen 은 "좁은 동굴" 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속 좁아 보이는 것 같아 어머니와 저는 둘이 동시에 "싫다"고 했지요. 원래 뜻은 그냥 부정적이지도 않고 긍정적이지도 않은 valley, 즉 협곡이라는 뜻인데 말이죠.

그 이후로 영어 이름 없이 12년이라는 세월을 살았네요.

하지만 요즘 일을 하면서 영어 이름을 하나 갖고싶은 욕망이 생겼습니다.

사전 등과 이곳 저곳을 살펴보고 있지만 딱 마음에 드는 이름이 없군요. 너무 조건을 따져서 그런걸까요? 멋지면서 남들은 잘 안쓰고, 회사 내에서 나에게만 있는 그런 이름...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인진 몰라도, 이름은 나를 나타낸다고 생각하기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다'라는 생각 없이 내 영어이름찾기모험은 계속됩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