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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툰 잡담 ::/j.aem's 수다

지치는게 좋아


 

"웨일즈, 얘가 지친 것 같아요."

 

(그러자) 할아버지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았다.

나를 내려다보는 할아버지의 얼굴은 널따란 모자 그늘에 가려 있었다.

 

"(아주 소중한, 아마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뭔가를 잃어버렸을 때는 녹초가 될 정도로 지치는게 좋아."

 

할아버지는 이렇게 한마디 하시고는 다시 몸을 돌려 걷기 시작하셨다.

하지만 이번에는 따라잡기가 훨씬 쉬웠다.

할아버지가 걷는 속도를 늦춘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할아버지도 지쳤나보다고 생각했다.

-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中

원래 어제 IT 대격전 포스트를 다 쓰고 오늘은 지원팀이야기나 시스템관리자 이야기를 하려고 하였으나.... 쓰기 귀찮은 것도 조금 있고 갑자기 머리를 팍! 스치는 글이 있어서 한 번 올려봅니다.

이 문귀는 2009년 11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계속 내 머릿속에 있는 글이네요. 제가 아마 가장 신경써서 읽었던 (감동을 받은건지 감명을 받은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책 중 한권입니다. 책을 한권밖에 안읽어서 그런가??ㅎㅎ) 책 중에서 나오는 글이지요.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제가 말하는 책은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북아메리카대륙 원주민인 포레스트 카터라는 사람이 자신의 어렸을 적 삶을 책으로 옮겨놓은 것입니다. 아마 영어 원제는 "The Education of Little Tree" 였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나네요. 영어판은 누군가가 한글번역본을 읽고나서 원문으로 보고싶다고 하여 구했었던 적이 있는데, 제가 보기엔 책 표지가 너무 유치해서 살짝 놀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 문귀가 특히나 마음에 와닿는 이유는, 간단하게 설명을 하자면 아마 아이는 세살이었던 것 같습니다. 세살인 아이가 양 부모를 모두 여의고 조부모를 따라서 조부모가 거주하는 산으로 따라가는 도중에 나왔던 대화입니다. 아마 할아버지가 걷는 속도를 늦췄다는 부분에서 할아버지의 손자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느꼈기에 더욱 마음에 와닿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그 대목보다 그 전 대목이 현재 머릿속을 맴돌고 있군요.

"뭔가를 잃어버렸을 때는 녹초가 될 정도로 지치는게 좋아."

제가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도 아니고, 나름 아주 행복한 삶을 살고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무엇보다도 소중한 사람하고 지낼 수도 있고, 제가 좋아하는 일도 바쁘지만 재밌게 하고있고, 또 이런저런 활동같은 것을 하며 즐거움도 느끼고 있고... 하지만 왠지 모르게 "고민" 들이 생기기 시작하며. 의식적으로는 그것들을 풀어버리고 쌓지 않으려고 하는데, 저도 모르는 새에 무의식적으로 짜증들이 쌓여가네요.

다른 분들도 동감하실지 모르겠지만, 무언가 굉장히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때 엄습해오는 불안함과 불행이랄까요? 그러한 스트레스와 고민 안에서 제가 정말로 무언가를 잃어버리지 않았을까? 라는 의문을 가지기도 합니다. 행복하지는 않지만 행복한 척 하며 정말로 나에게 소중한 내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 흘러가는데 끼어서 가는 것은 아닐지...

이러저러한 고민을 가지고 있으면 무언가 꼭 없는듯한, 참 복잡한 기분이 드네요. 그 속에서 제가 물질적으로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은 아니지만, 막상 중요하게도 제 자신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하는, 한번 하기 시작하면 절대 끝나지 않고 끝없는 우울증의 바다로 뛰어들 것 같아서, 저는 그냥 미치도록 지치고 말아버립니다.

이번주도 솔직히 미치도록 지치게 보내기 위해서 이일저일그일까지 해가며 (거의) 밤샘작업을 했던지라, 일주일동안 스무시간도 못자고 어제서야 조금 휴식을 가졌네요. 가만 세어보면 저번주 일요일 밤부터 금요일 자정까지 잤던 시간이 총 14시간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활기한 찬주를 맞이하기 위해서 다시 휴식을 취해야겠습니다.

남은 주말 마무리, 잘 하시고 활기찬 월요일 맞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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